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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한국포럼]참여자인터뷰(6)-도정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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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한국 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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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도구'로서의 정당 활동이라면
제3회 성서한국포럼 참여 기독정치인 인터뷰6…열린우리당 법률지원단 도정호 부장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아온 79세의 1미터 남짓 작은 키의 할머니,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거동조차 불편한데 이곳까지 찾아와 도정호 부장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내용인즉 평생 날품 팔아 모은 돈으로 장만한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갔으니 도와달라는 것인데, 배당신청조차 하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종류의 민원은 이제 낯설지 않은 그의 일상이다.

마치 이곳은 여기저기에서 외면당한 억울한 사연이 모이는 장소 같다.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나 사회에 대한 불신감으로 아무도 믿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집권 여당의 중앙당 사무처인 이곳 법률지원단에 와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이 모습은 지역으로 갈리고 당리당락으로 분열되었던 정치권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배제된 채 사뭇 온기마저 느껴지는 게, 그간 말 많고 탈 많았던 참여정부의 드러나지 않은 숨은 성과물처럼 보인다.

그는 “수년간 신림동 고시촌에서의 고시 생활을 접고 이끌리듯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 상상외로 만족스럽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는 그분이 주신 소명을 잘 수행하고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신림2동에 위치한 대학촌교회에서 성가대 총무로 지체들을 섬기고 있는 그는 “하나님과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내게 있는 것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나누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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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청년으로서 정치에 참여하게 된 배경과 동기는.

대학을 다니면서 치열하게 벌이는 학생운동의 한가운데서 소중한 경험도 했고, 동시에 그런 환경 속에서도 주일에는 예배당엘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현장성 있는 삶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사법시험을 계속 낙방하게 되고, 방향전환을 시도하던 중, 아는 변호사분이 “공부하면서 돈 벌수 있는 직업 같아서 추천을 하니 면접을 한 번 보라”고 하셨고,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면접을 보게 된 곳이 열린우리당 법률지원단이었습니다. 평소 정치와 범죄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이리로 인도하시는 손길이 무섭게 느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기독인으로서 정당 선택은 주님이 주신 사회선교의 소명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정당이 여러 개가 있고 책에서 배운 정당의 목표는 정권 획득이라고 하지만, 결국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지지를 받고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지에 달렸기 때문에 굳이 정당을 선택하는데 사회선교의 소명까지 연관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그 정당의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깊이 있게 살펴보아야겠죠.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셨지만, 이때의 원수는 깊이 회개하는 원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정당의 경우도 과거의 허물이나 잘못에 대해 회개한다면 포용하되, 그 허물을 덮고 그냥 넘어가려고만 한다면 앞으로도 그런 자세로 나올 것이 분명하기에 이런 모습을 가진 정당이라면 사회선교적 측면에서 지지하지 말아야겠죠.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라는 확신이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현재의 정당활동을 통해서 주께서 행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치를 제 생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 주님의 도구이며 대언자이자 큰 권세를 받은 대리인으로, 이 자리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끊임없는 자문 속에서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적인 인연을 매개로 업무 부탁을 한다거나 금전이 관련되거나 나의 정당하고 공정한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많은 유혹과 시련 속에서, 하나님 대신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고 일처리를 하면 하나님께서 뒷일은 책임져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정치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정당활동이 크리스천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점이 있다면.

사실대로 말하기도 그렇고, 암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반 직업과는 다른 점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많은 모임에 참석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힘들다고 생각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평소에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하시고, 특히 기도를 많이 하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많은 기독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기도죠. 예수님께서도 기적을 행하는 방법을 묻는 제자들에게 “기도와 금식 외에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느니라”고 말씀하셨듯이, 힘들고 무게감 있는 일을 하려고 하는 청년들일수록 기도와 금식을 통해 기드온의 용사처럼 잘 준비되고 단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법률지원단의 업무 특성상 서민의 고충을 덜어주는 민원까지 도맡아 처리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날은 민원 처리에 하루가 다가는 날도 있답니다. 그만큼 제일 피곤한 업무 중 하나죠. 11년째 판사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청와대·국회·정당·관계 기관 등 진정하지 않은 곳이 없는 60대 후반의 할머니가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해서 등짐으로 한 가방인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 되면 더 이상 도와줄 수가 없다는 것을 짐작은 하지만, 일단 찾아온 민원인이기에 서류 검토를 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주장과 현재의 법이 틀리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자기도 민소법을 잘 안다며 손으로 적은 민소법 조문을 들이대면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내가 잘못 설명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법전을 찾아봤죠. 역시 할머니는 개정되기 이전의 민소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개정된 이후의 법을 설명해드리고 나서야 할머니는 수긍을 하시며 발걸음을 돌리셨는데,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은 하루였습니다. 이 정도만 하죠. 뭐 얘기를 풀어놓으라면, 아라비안나이트 정도는 안 되도 며칠 밤은 보내야 할 것 같네요.

글 / 박준규(성서한국포럼 준비위원, 대학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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