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초단기 계약직들을 양산하는 게 말이 되나요?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약속과 완전 반대잖아요."

새해를 앞두고 지난해 말 집단해고를 당한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계약직 상담원들의 복직투쟁이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만난 박정연(가명·39)씨는 "생활고로 투쟁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너무 억울해서 지금까지 투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발원에서 전문 상담원으로 일하던 박씨는 지난해 12월28일 구두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관리자는 상담 중인 직원들을 휴게실로 불러내 사원증을 제출하라고 했다. "서명을 하지 않으면 12월 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며 퇴직자 보안서약서도 들이밀었다. 이날 전체 150명의 상담원 중 42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 중에는 1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 5명, 2013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 13명도 포함됐다.

박씨는 “지난 여름에 팀별업무지원을 위한 멀티상담교육도 두 달간 받았고, 12월에는 2013년 1분기 평가를 위한 업무평가시험도 치렀다”며 “또 개발원은 12월부터 3월까지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 이렇게 집단적으로 해고될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이어 없어했다.

박씨가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은 개발원측이 자신들을 해고하기 이틀 전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직 모집 공고를 냈기 때문이다. 올해 3월부터는 상시 초단기 계약직 모집 공고를 내고 있다.

"우리 업무는 행복e음, 사회복지시설, 바우처, 보건소 등에서 사용하는 전산시스템사용법과 오류에 대한 상담인지라 한두 달 교육을 받아서는 소화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숙달된 전문인력은 자르고 초단기 계약직들을 뽑아 교육시키고 자르겠답니다.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세금낭비, 인력낭비를 해도 됩니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19일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8명의 해고자들을 신규채용형식으로 5~6월 순차적 전원복직시키라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개발원은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해고자들은 전원복직과 기존과 동일한 팀 발령 등을 요구하며 개발원과 복지부 앞에서 매일 1인 시위와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을 촉구하며 연대단체들과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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