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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주평화순례 참가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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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주평화순례 후기

 

최영민 (장신대 신대원2, 모새골교회 교육전도사)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스스로 물었습니다. 강정엔 기지가 완성되었는데, 4.3추모식엔 처음으로 대통령이 갔었는데, 왜 가야만할까요. 첫 번째 질문을 던지며 강정에 도착했습니다. 오래전 애타게 바라봤던 그 바다는, 모질게 깨끗하고 번듯한 건물들만 가득했습니다. 시커먼 장정들은 무리지어 움직였습니다. 마을 곳곳에서 새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지키는 평화의 수호자들이 이곳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강정은 주민들과 몇 년 전 내려온 활동가들 그리고 군인들이 함께 사는 곳이 되었습니다. 모두 평화를 바라면서요. 처음 질문은 두 번째 질문을 던지며 답변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평화란 무엇인가? 이쪽과 저쪽의 평화 중 어느 것이 진짜 평화란 말인가?

  이튿날 4.3유적지 답사를 했습니다. 제주도에 자주 왔지만, 4.3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오직 수치와 같은 지식수준에 불과 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의 말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현충원과 같다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삶에는 관계없는 비현실적인 것들뿐이었습니다. 가까이 더 자세히 볼 때에, 제주도의 아픔은 더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죽어갔던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곳은 죽은 사람들만이 죽었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 가까웠던 이 섬의 사람들이 원통한 세월을 오가던 길, 제주도의 모두가 슬프게 죽어 있던 곳이었습니다. 일회적인 무엇으론 결코 매듭지을 수 없는 아픔의 세월들이 묻혀 있던 곳이었습니다. 전쟁을 피해 내려왔지만, 묵호의 난과 같은 참극이 반복해서 벌어졌던 곳이 이 곳이었습니다. 본토가 아니라서 육지로부터 반복해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섬이었습니다.

  이곳에 섬으로 전쟁을 피해 떠나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멘 난민들을 만났습니다. 어떤 이는 잠재적 범죄자들이 왔다고 말합니다. 이슬람 세력이 이 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해 왔다고 합니다. 아닙니다. 이들은 단지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라고 불리기 때문에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 이들은 평화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평화의 섬은 그저 낱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눈  앞에서 가족을 잃고 전쟁을 피해, 부모님과 가족들을 두고 도망쳐야 했던 이 아픔은 우리가 멀지 않은 과거였습니다. 얼마든지 예멘의 전쟁을 피해 온 친구의 상황이 제 것이 되었을지도, 혹 언젠가 그리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3을 다시 생각하며, 그리고 예멘 난민들을 만나며, 두 번째 질문의 답변을 내립니다. 평화는 생명과 떨어질 수 없다. 생명이 없는 평화는 말 뿐이라고. 순례를 통해 배운 평화는 생명을 부둥켜 포옹하는 것이었습니다. 활동가 한 분은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이 힘든 시간 가운데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냐고? 옆에 있는 친구들이 울고, 나도 울고, 또 먼발치의 사람들과 함께 울 때, 같이 슬퍼하니까 참 행복하더라. 

  생명을 품는 평화로 나아갈 때, 상황이 아무리 암울해보이고, 여기에서 벌어졌던 많은 것들이 실패로 끝나보여도, 우리는 여전히 생명을 부둥켜안으며, 함께 우는 것이 평화의 길임을, 그것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진리임을 이 순례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문정현 신부님과 강정생명평화 미사는 함께 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 깊이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교회 일치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이 많습니다. 수많은 논문들이 있었고, 가끔 다른 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저희가 함께 미사를 드리는 장면으로 옛 추억, 불의에 저항하며 함께 모였던 때를 회상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쉬운데 말이지.’ 

  진정한 연합은 역시 말과 글에 있지 않았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교회는 결국 하나로 연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제주평화순례는 신대원 3년 과정의 정확히 절반을 지나는 지점에서 저의 목회 여정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말과 글에 갇혀있지 않는 것.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것. 생명을 품는 평화의 길을 걷는 것. 이제 저는 세 번째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가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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