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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한국 현장심방 프로젝트> 힘내라!!심방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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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한국 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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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목요일, 성서한국 구교형 사무총장, 김은선 팀장, 이주빈 간사와 새벽이슬 진실애 간사, 얼굴있는거래 구명기 대표 이렇게 다섯으로 꾸려진 심방단이 평택으로 가는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쌍용자동자 평택공장 인근 송전철탑에서 무기한 고공 농성 중인 한상균 전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을 만나기 위해서지요. 

우리가 도착한 날은 송전탑 농성이 45일로 접어들 때였어요. 서울이 영하 16도인 날이니만큼 내복에 목도리로 온갖 무장을 하고 나섰는데 칼바람을 맞으며 위에 계신 분들을 보니 이렇게 삐뚤어진 현실을 대체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는걸까 정신이 아득해지더군요. 

송전탑에는 난방기구를 올릴 수가 없으니 아래에서 뜨거운 물을 고무주머니에 담아 올려주면 그걸 안고 잠을 잔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침이 되면 식어있는데 그래도 그걸로 얼굴을 씻기도 하고... 상황에 비해 엄청 밝고 힘차게 우리를 맞아주시는 통에 우리가 더 힘을 얻었어요. 아, 이런 식상한 표현은 하고싶지 않았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아래에서 소리치면 위에서 들릴만한 거리였지만 금속노조에서 만들어 놓은 소리 깔대기에 대고 대화를 나눴어요. 평소에는 마이크랑 엠프를 이용해 대화를 하기도 한다는데, 그 날은 날이 너무 추워서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답니다. 천막에 들어가서 김득중 수석 지부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노조원분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아, 왼쪽 아래 사진에 보면 성금을 전달하는 장면도 있지요? 적은 금액이라 조용히 드리려 했는데, 지부장님이 이런 건 사진을 찍어야 한다시며ㅋㅋㅋㅋ 

쌍용자동차 사건은 워낙 유명하고 2009년 성서한국 전국대회 때도 영상을 같이 본 전례가 있는지라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최근 무급휴직자 복직 합의가 이뤄지면서 좀 다른 국면이 생겼으니 참고할 만한 기사를 몇개 링크할게요. 마음에 걸리는 건 송전탑이나 대한문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그러니까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분들이 아닌, 해고 리스트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이 다시 만든 기업노조와 맺은 합의라는 점인데 그래도 아주 낮은 단계에서 진전이라면 진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참고기사1) ‘국조’ 여론에 쌍용차 사태 실마리…‘해고자 복직’ 큰산 남았다/ 한겨레 2013.1.10 /김소연 김경락 기자

참고기사2) [사설] 쌍용차 사태, 휴직자 복직으로 끝 아니다/ 한겨레 2013.1.11/사설

참고기사3) "22명의 죽음, 미운 놈은 미워하며 살자"/ 프레시안 2012.5.10/ 이선옥 르포작가 

평택에서 출발해 도착한 곳은 바로 부산! 

고(故)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조직차장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이다. 여기서 말하는 단체행동에는 잔업 거부, 태업, 부분 파업, 전면 파업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막상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하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은 손쉽게 제한된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악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받는 게 손해배상청구소송(손배)과 가압류다.

지난해 12월 21일 최강서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을 자살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았던 것도 이 손배·가압류였다. 최 조직차장은 유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 현장이 수십 억, 수백 억대의 손배·가압류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 내가 못 가진 것이 한이 된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여태껏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 꼭 돌아와서 승리해주십시오….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  

- 고(故)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조직차장이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

지난해 12월 21일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조직차장은 이 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씨의 죽음을 계기로 한진중공업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58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도마에 올랐다.

노동계는 재작년에 이어, 다시금 '희망버스' 등을 조직하며,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또 사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각계각층의 2만3000여 명은 최근 부산지방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문제가 되는 158억 원의 손배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손배는 파업 기간에 발생한 각종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란 게 사측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26일에는 최 씨의 자살을 두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이라며 노조의 교섭 요청을 거부했다.

과연 그럴까. 최 씨의 죽음을 단지 '사적인 선택'으로 치부해도 되는 걸까. 그러기엔 손배·가압류 문제는 지난 10여 년 동안 너무나 많은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실제 죽음이 아니더라도, 일상 경제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사실상 사회·경제적 죽음 상태로 몰아넣은 사례도 많다.

기사 전문| 내 가족 죽게 만든 '연쇄 살인범', 알고 보니…헌법에 보장된 노동권, 돈의 힘에 짓눌리다/ 프레시안 2013.1.14/ 최하얀 기자

빈소에 국화를 놓고 기도를 드리는데 생전 만나보지도 않았던 분의 죽음을 묵상하면서 왈칵,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주님 안에서 사랑합니다." 라던지 "주님 안에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말은 식상하고 느글거려서 이제는 친구들과도 잘 하지 않는 표현인데 왠지 모르게 돌아가신 분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더란 말이지요. 몸을 써서 일하는 노동자의 문제가,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거대하고 검은 힘과 싸우는 문제가, 내 일이고 우리 일이고 또 주님의 아픔이라는 게 그 자리에 서 있는 한명 한명에게 울리는 듯 했습니다.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 촛불을 켰지요. 찬바람 속에서 한시간 넘게 앉아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모두들 자리를 지키며 깊게 침묵하기도 하고 소리높여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자본이고 또 사람의 이기심과 욕심, 그리고 두려움이라면 그 끈질긴 생명력만큼 이 싸움이 쉽지는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집회 후에는 기쁨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성서한국 부산연대 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사실 촛불집회 때부터 같이 있었지만 추위에 대비하느라 온몸을 꽁꽁 싸맨 상태여서, 서로를 분간하기도 쉽지 않았지요. 성서한국 부산연대는 2012년 한해 고리 원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탈핵운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러차례 포럼을 여는 등 부산지역의 기독인들을 대상으로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쳐가고 있답니다. 

현실이 어두운 중에 우리를 힘나게 하는 건 역시, 뜻을 함께하는 공동체와의 만남이죠!^^ 

 부산에서는 늘 이렇게 환대를 받으니 내려갈 때마다 울끈불끈 힘이 납니다. 밤에는 부산중앙교회(담임목사 최현범)에서 게스트룸을 내어 주셨어요. 2008년에 성서한국 부산대회를 치뤘던 곳이지요.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주신 최현범 목사님, 감사드려요! 

심방 둘째날 일정은 바로 울산입니다. 울산에는 성서대구 식구들이 함께 했지요. 

울산 북구 현대차 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 현장.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2012년 10월 17일부터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농성 80일이었어요.  

울산 현대차 고공농성과 관련한 기사를 링크하면 아래와 같아요. 한개 정도 읽어보시면 금방 이해가 될거에요. 

현장에 갔을 때 어라, 여기 왜 이렇게 휑하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농성장에는 경찰버스가 두 대 있고 형광색 옷을 입은 경찰들이 우루루 왔다갔다 하고 있었거든요. 여기에는 천막 몇개랑 장작 피우는 난로, 그리고 노조원들이 다였어요. KBS에서 농성자들을 촬영하려고 크레인을 빌려온 게 특이한 점이라면 점이랄까.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박종평 의장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왠지 모르게 다른 현장 분들과 기운이 달라 보였어요. "낮에 뭔가 하는 건 없어요. 여기서는 그냥 버티는 게 힘든 일이거든요. 밥 올려주고. 서로 교대하면서 이렇게 버티고. 저녁마다 집회는 하니까요...... 사람이 죽고 그래도 언론에서 잘 비춰주지를 않아요. 관심도 없고. 4만 5천 정규직 노동조합도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게 쉬운 게 아닌데 천 2백 비정규직 노조들이 할 수 있겠냐는 말도 들어요. 하지만 하는 거죠, 뭐. 우리는. 끝까지 가는 거에요."

"회사에서 신규채용 하겠다고도 했는데, 우리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고용하는 거면 그래도 괜찮은 제안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에요. 또 골라서 채용하겠다는 거거든요. 학력이나 조건을 보는거죠. 사실 볼트 조이고 너트 넣는데 학력이 무슨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바라는 건 불법 파견사실 인정하고 하청업체 비정규직노동자를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거에요." 

굉장히 아득한 꿈을 꾸는 실체와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공감할 수 있으시겠나요? 정규직 직원도 아니고 사내 하청업체 불법파견 노동자, 그러니까 원청인 현대자동차에서 인정도 못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에요. 헐. 이게 얼마나 불리한 싸움일지 가늠하기 어렵지요. 위에 링크한 첫번째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2004년에 노동부가 이미 현대차 사내하청 생상공정 모두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고, 이후 대법원이 현대차가 최병승씨의 사용자라는 판결까지 내렸는데도 현대자동차는 꿈쩍도 하지 않아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표격으로 소송을 치룬 최병승씨 한 사람만 고용하겠다고 겨우 대응했을 뿐이지요. 

현대자동차가 먹여살린다는 울산시 한복판에서 주목해주는 사람 없이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노동운동계에서도 약자로 분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 이 아득한 길에 어떻게 힘이 될 수 있을까 답이 없어 말이 줄어들고야 말았습니다. 준비해 간 성금과 성서대구 서선희 간사님이 기증해주신 내복 열 벌을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에 드리고는 다시 한번 응원했지요.

점심으로 뜨끈한 돼지국밥을 먹으며 생각했어요. 세상이 어디서부터 잘못 되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찬바람을 견뎌야 하는 걸까? 기껏해야 몸을 써서 정직하게 노동하는 사람들이, 이 거대한 자본의 힘과 기업 권력을 상대로 언제까지 목숨걸고 싸워야 하는 걸까. 하나님은 이 꼴을 보고 대체 뭐라고 하실까? 내 집은 장사하는 집이 아니라고 불 같이 화내며 상을 뒤엎으셨던 예수님이, 세상 전체가 장사판이 된 듯 없는 자들을 내몰아 높은 곳에 매단 이 땅에 오신다면 얼마나 깊게 탄식하실까. 그때, 예수님이 오셔서 이 상황을 보고 내 눈을 깊게 바라보신다면 나는-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를 사는 청년들은 경험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한국교회 문화에는 '심방'이 있잖아요. '춘계 대심방'이라고 해서 목회자가 교인들 집집마다 찾아가 예배를 드리고 그 집의 상황을 살핀다거나, '낙심자 심방'으로 결석이 잦거나 뭔가 힘든일이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일, 또 입원하거나 몸져 누운 성도를 찾아가 기도를 하는 거 말이에요. 요는 찾아가서, 위로하고, 기도하는 것이지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슬픔이 요구되는 긴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것, 별것 아니어도 자꾸 현장을 방문하고 응원하고 알리는 일이지 않을까요. 이번 현장심방 인원은 다섯명이었습니다. "성서한국"에서 왔다고 해도 이 분들은 우리가 누군지도 몰라요. ㅋㅋㅋ 몇명 되지도 않고 성금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다만 양말 몇 켤레라도 사들고 현장을 방문하고 같이 이야기 나누거나 집회 및 기도회에 참여하는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일일지 모릅니다.

현장심방, 별거 아니에요. 사람 두세명 꾸려서- 양말이나 사들고 찾아가요. 가서 만나고 응원하고, 기도하고, 돌아오세요. 의지가 좀 더 있다면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글을 써요. 주위에 더 알려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동안 오래도록, 뭐라도 해보아요. 그게 우리가 힘입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성의있는 대답이 아닐까요.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성서한국 순덕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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