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꽃:6월]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_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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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26일 ‘국민평화대행진’에 200만명이 참가했다. 6월 항쟁의 절정이었다. 6월 10일 이후 17일 동안 전국에서 시위가 2145건이나 벌어졌다. (중략) 이한열이 끝내 숨을 거두었다. ‘애국학생 이한열 열사 민주국민장’이 열렸다. 장례식은 민주주의의 나무에 피를 뿌린 스물한 살 젊은이를 떠나보내는 엄숙한 제의이자 6월 항쟁 승리를 확인하는 거국적 예식이었다. 추도사 마지막 순서로 전날 진주교도소에서 출감한 문익환이 연단에 올랐다.
“전태일 열사여! 김상진 열사여! 김종태 열사여! 김세진 열사여! 이재호 열사여! 박종철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
-5월 8일자 한겨레 기사 중
30년이 흐른 6월, 우리는 또다시 외칩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구의역승강장 청년의 죽음, 남양주 지하철 사고, 아파트에서 투신한 고시생...... #너의잘못이아니야
30년 전 많은 이들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이유는 오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의 핏값으로 민주주의를 이뤘지만, 여전히 우리는 무고한 죽음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아파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외침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태양이 가장 높아지고, 뜨거워지는 6월. 1987년 뜨거웠던 그들의 마음을 이어받아, 이 시대의 무고한 죽음을 기억하며, 뜨겁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6월의 아름다운 글꽃은 신동엽 시인의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입니다.
캘리그라피로 함께해주신 배한나 님께 감사드립니다.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신동엽
말 없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옆에는 네가 네 옆에는
또 다른 가슴들이
가슴 태우며
한 가지 염원으로
행진
말 없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앞에는 사랑이 사랑 앞에는 죽음이
아우성 죽이며 억(億)진 나날
넘어갔음을.
우리는 이길 것이다
구두 밟힌 목덜미
생풀 뜯은 어머니
어둔 날 눈 빼앗겼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백년 한양
어리석은 자 떼 아직
몰려 있음을.
우리들 입은 다문다.
이 밤 함께 겪는
가난하고 서러운
안 죽을 젊은이.
눈은 포도 위
묘향산 기슭에도
속리산 동학골
나려 쌓일지라도
열 사람 만 사람의 주먹팔은
묵묵히
한 가지 염원으로
행진
고을마다 사랑방 찌갯그릇 앞
우리들 두쪽 난 조국의 운명을 입술 깨물며
오늘은 그들의 소굴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아주 짧은 한 문장이 힘이 되어 마음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이 글귀는 꼭 함께 나누고 싶다고 생각되어질 때가 있습니다.여러분께 힘이 되고 싶은 마음, 좋은 글귀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가득 담아 매월 아름다운 글꽃을 피워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성서한국 아름다운 글꽃과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