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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꽃:5월] 나의 가족_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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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한국 1,952

본문

나의 가족

김수영


고색이 창연한 우리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신선한 기운을 가지고 쏟아져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때마다

먼지처럼 인색하게 묻혀가지고 들어온 것

 

얼마나 장구한 세월이 흘러갔던가

파도처럼 옆으로

혹은 세대를 가리키는 지층의 단면처럼 억세고도 아름다운 색깔 ――

 

누구 한 사람의 입김이 아니라

모든 가족의 입김이 합치어진 것

그것은 저 넓은 문창호의 수많은

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겨울바람보다도 나의 눈을 밝게 한다

 

조용하고 느름한 불빛 아래

가족들이 저마다 떠드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全靈(전령)을 맡긴 탓인가

내가 지금 순한 고개를 숙이고

온 마음을 다하여 즐기고 있는 서책은

위대한 고대조각의 사진

 

그렇지만

구차한 나의 머리에

성스러운 향수와 우주의 위대함을

담아주는 삽시간의 자극을

나의 가족들의 기미 많은 얼굴에

비하여 보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안에서

나의 위대한 所在(소재)를 생각하고 더듬어보고 짚어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5입니다.

5이 되자마자 높아진 하늘과 달라진 햇볕을 느끼셨나요?

때에 따라 신실하게 변하는 자연 앞에 겸손히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5 아름다운 글꽃김수영 시인의 '나의 가족'에서 발췌했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따뜻해진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모작시를 적어보았습니다.

어버이날에 시낭송을 한 번 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아름다운 글꽃과 함께 

따뜻한 5월 되시기를 바랄게요.

 

나의 가족

최한솔

 

이른 아침 눈 부비고 나가던

아비의 뒷모습

처진 어깨 얹힌 십자가

아비의 무게

 

늦은 저녁 손 부비며 차리던

어미의 밥상

주름 늘리던 십자가

어미의 무게


고요가 창연한 우리집

아비의 뒷모습을 봐줄 이도

어미의 밥상을 먹을 이도

이제 없다


얼마나 장구한 세월이 흘러갔던가

아비어미의 생에 기대어 쪽쪽 젖 빨던 새끼들이

어느덧 자신의 생을 고스란히 지고 살아간단다

 

기특하다 토닥이는 손길 아래 

서운함 머금고

그 시절 그립다 읊조리는 입술 아래 

사무치는 외로움 품에 안고

저마다 하루를 살아간다

 

조용하고 느름한 불빛아래

오롯한 네 식구 모이는 날이면

부서진 마음 그제야 하나 된다


누구 한 사람의 입김으로는 부족하다

모두의 입김이 합치어져야 

비로소 절감한다

우리였음을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어라 불러야 할 것이냐

 

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안에서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 뿐이냐

    

 

**아주 짧은 한 문장이 힘이 되어 마음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이 글귀는 꼭 함께 나누고 싶다고 생각되어질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께 힘이 되고 싶은 마음,

좋은 글귀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가득 담아 매월 아름다운 글꽃을 피워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성서한국 아름다운 글꽃과 함께해주세요.
5월 캘리그라피로 함께해주신 정혜선 님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바탕화면 이미지, 페이스북커버이미지를 첨부합니다. 

필요하신분은 얼마든지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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